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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후기

제목

힐링무비 영화감상 후기(자산어보)

작성자
Park
작성일
2021.09.28
첨부파일0
추천수
8
조회수
296
내용

참으로 오랜만에 문화 혜택을 공식적으로 누린 기억이 눈에 가물거릴 정도로 먼 과거의 일이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부산장애인근로지원센터에서 보내준 영화 관람권으로 자산어보라는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우선 이런 멋진 기회를 제공해 준 센터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관람 평을 몇 자 적어본다.

이 영화는 흑백영화라는 점에서 아날로그 감성에 익숙했던 나와 같은 세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잔잔히 불러일으켜 줘 첫 느낌부터 좋았다.


줄거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천주교를 믿는 정약전과 그 형제들을 배척하려고 혈안이 된 조정의 주자학 신봉자들이 이들을 귀양 보내는데 영화의 주인공인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 되는 바 그곳에서 창대라는 젊은 어부를 만나 주변에서 서식하는 어류의 종류와 수중 식물들을 직접 관찰해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도감처럼 자세히 기록해 자산어보라는 책으로 집대성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의 삶의 궤적과 견주어 나름대로 몇 가지 떠오르는 시사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 째, 형제애이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동생인 정약용은 강진에서 비록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먼 길을 마다않고 수시로 인편을 통해 서신을 주고받으며 학문적 교류를 이어가며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 시 구절을 통해 절절히 드러나 오늘날 핵가족 세대들에게는 한편으론 이해 못할 부분일 수도 있으나 진한 형제애가 애잔스럽게 묘사되어 가슴이 찡했다.


둘째, 정약전의 열린 마음과 탐구심을 통해 한 개인이 인류를 위해 얼마나 중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알게 해 준 점이다. 만약 정약전이 나입네 하는 식으로 사대부 선비 정신만 고집하고 닫혀있는 자신만의 아집과 철학에 묶여 세상을 보지 못했다면 창대라는 서자 출신의 어부나 가거댁 이라는 무지하나 지극정성인 여성을 도외시 했을 테고 끊임없이 호기심으로 섬 주변을 관찰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 자산어보라는 소중한 자산을 세상에 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정약전은 비록 반서 차별의식이 팽배한 시절의 인물이나 항상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신사상을 받아들여 이미 깨어있는 의식의 소유자이었기에 섬의 어류와 해초 지식에 있어서는 자신을 훨씬 능가하는 창대라는 서자와도 기꺼이 사제관계를 맺고 창대는 학문을 얻고 정약전은 어류와 해초 정보를 얻는 등의 상호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순수한 마음씨를 지닌 가거댁을 삶의 동반자로 맞이해 인연을 이어가며 자신이 진정으로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주변의 필요한 생필품을 자산으로 기록해 지속적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란 생각을 완성시켜 진정한 위민가로서의 표상을 보여준 사실로 볼 때 위에서 언급한 그런 열린 학문적 태도와 사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하며 현대에도 이와 같은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위민자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상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활용하는 긍정적인 마인드이다. 당대 최고의 사대부 출신 학자가 하루아침에 섬에 유배되어 구속된 생활에 처해지면 보통은 절망감과 좌절감으로 삶 자체가 수렁일 텐데 정약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학문적 소양과 탐구심으로 주어진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았다는 점이 놀랍고 대단했다. 이 지점이 내가 사실은 가장 많이 공감하고 감정이 백배 이입된 부분이기도 하다. 장애인인 나의 관점에서 볼 때 장애인에 대한 많은 인식 개선과 발전은 있었지만 아직도 장애인이 장애라는 특수성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현실세계에 진입하는 장벽을 넘기엔 난코스가 많다. 그래도 정약전이 처신한 것처럼 현실을 탓하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주어진 현실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상승시키고 노력해 진입 가능한 곳은 진입하려고 스스로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살아가는데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어려움을 회피하고 포기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기회의 균등조차 얻지 못하나 정약전이 행했던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장애인에게는 이미 기울어진 조건의 불균형마저도 공정한 디딤돌로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현재 상태보다 좀 더 개선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약전이 불리한 자신의 처지를 탓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상황을 극복하는 의지는 감히 배울 만 하되 모든 힘든 상황을 장애인 본인이 스스로 극복하도록 요구하는 수퍼 장애인을 요구하는 닉 부이치치식의 구시대적 계몽 캠페인에서는 과감하게 탈피하고 장애인의 권리에 맞는 조건적인 공정성을 담보로 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당당히 요구하는 장애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영화의 감상평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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